Chang Hen Ge (2020)

長恨歌(장한가) – 白居易(백거이)

漢皇重色思傾國(한황중색사경국) : 황제가 미인을 좋아하여 절세 미인을 찾았으나
御宇多年求不得(어우다년구부득) : 자리에 오른지 몇 년이 되도록 찾지 못하였다

楊家有女初長成(양가유녀초장성) : 양씨 가문에 갓 장성한 딸이 있어
養在深閨人未識(양재심규인미식) : 저 안의 규방에서만 자라와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다

天成麗質難自棄(천성려질난자기) : 그럼에도 하늘이 내린 아름다움은 묻히기 어려워
一朝選在君王側(일조선재군왕측) : 어느 날 갑자기 황제를 모시도록 선택되었다

廻眸一笑百媚生(회모일소백미생) : 고개 돌려 한 번 웃으면 온갖 매력이 발산되니
六宮粉黛無顔色(육궁분대무안색) : 황궁 안의 모든 치장이 다 의미 없도다

春寒賜浴華淸池(춘한사욕화청지) : 봄 날씨 쌀쌀하여 화청지에서 몸을 씻으니
溫泉水滑洗凝脂(온천수활세응지) : 온천물이 매끄러워 흰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네

侍兒扶起嬌無力(시아부기교무력) : 시녀들이 부축하니 요염하게 하늘거렸는데
始是新承恩澤時(시시신승은택시) : 이것이 천자의 새로운 승은을 받은 시초였다

雲鬢花顏金步搖(운빈화안금보요) : 구름같은 머리카락, 꽃같은 얼굴,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금비녀
芙蓉帳暖度春宵(부용장난도춘소) : 연꽃 수놓은 따뜻한 휘장 안에서 봄의 밤이 깊어간다

春宵苦短日高起(춘소고단일고기) : 봄의 밤은 너무 짧아 해가 이미 높이 떠오르니
從此君王不早朝(종차군왕부조조) : 천자는 그 이후 아침 조회에 나가지 않았다

承歡侍宴無閒暇(승환시연무한가) : 기쁨에 잔치를 벌여 한가할 틈이 없었고
春從春游夜專夜(춘종춘유야전야) : 봄에는 봄을 따라 놀고 밤에도 서로 떨어질 줄 몰랐다

後宮佳麗三千人(후궁가려삼천인) : 아름다운 후궁이 삼천 명이나 되지만
三千寵愛在一身(삼천총애재일신) : 삼천 미녀를 향했던 총애가 이제 오직 한 몸에 머무른다

金屋粧成嬌侍夜(금옥장성교시야) : 금빛 궁궐에서 화장하고 교태로 황제 모시는 밤
玉樓宴罷醉和春(옥누연파취화춘) : 옥루의 연회를 마치니 취하여 봄날처럼 따뜻했다

姊妹弟兄皆列土(자매제형개렬토) : 형제자매가 모두 봉토를 나누어 받으니
可憐光彩生門戶(가련광채생문호) : 가문의 광채에 부러움이 가득하다

遂令天下父母心(수령천하부모심) : 마침내 모든 부모의 마음이 바뀌어
不重生男重生女(부중생남중생녀) : 아들을 낳는 것을 중히 여기지 않고 딸을 낳는 것을 중히 여기네

驪宮高處入靑雲(려궁고처입청운) : 여궁의 높은 곳으로 청운이 모여 들고
仙樂風飄處處聞(선낙풍표처처문) : 신선의 음악이 바람에 실려 곳곳에서 들려오네

緩歌慢舞凝絲竹(완가만무응사죽) : 부드러운 노래와 춤이 악기와 함께 계속되고
盡日君王看不足(진일군왕간부족) : 하루내 보고 보아도 황제는 항상 아쉬워했다

漁陽鼙鼓動地來(어양비고동지내) : 어양 땅에서는 반란의 북소리가 땅을 울리니
驚破霓裳羽衣曲(경파예상우의곡) : 예상우의곡도 이에 놀라 멈추었다

九重城闕煙塵生(구중성궐연진생) : 구중 궁궐에서 전쟁의 연기와 먼지 일어나
千乘萬騎西南行(천승만기서남항) : 수천 량의 수레와 수만 필의 말들이 서남으로 향했다

翠華搖搖行復止(취화요요항복지) : 화려한 깃발 흔들며 가다 서길 반복하며
西出都門百餘里(서출도문백여리) : 수도 서쪽 문을 나와 백 리 가량을 나아갔다

六軍不發無奈何(육군부발무나하) : 모든 군대가 움직이지 않으니 황제도 어쩔 수 없이
宛轉蛾眉馬前死(완전아미마전사) : 아름다운 양귀비가 황제의 말 아래에서 죽어

花鈿委地無人收(화전위지무인수) : 꽃비녀가 땅에 떨어져도 줍는 사람 없었네
翠翹金雀玉搔頭(취교금작옥소두) : 취교도 금작도 옥소두도 매한가지

君王掩面救不得(군왕엄면구부득) : 황제는 구할 수 없어 얼굴을 가렸으나
回看血淚相和流(회간혈누상화류) : 돌아보니 피눈물이 서로 엉기어 흘러 내렸다

黃埃散漫風蕭索(황애산만풍소삭) : 누런 흙먼지 날려 자욱하고 바람은 스산한데
雲棧縈紆登劍閣(운잔영우등검각) :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검각에 올랐다

峨嵋山下少人行(아미산하소인항) : 아미산 아래에는 지나는 사람 드물고
旌旗無光日色薄(정기무광일색박) : 깃발은 빛을 잃고 햇빛도 옅어졌네

蜀江水碧蜀山靑(촉강수벽촉산청) : 촉 땅의 강물은 보석같고 산은 푸른데
聖主朝朝暮暮情(성주조조모모정) : 황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녀 생각 뿐이었다

行宮見月傷心色(항궁견월상심색) : 행궁에서 달을 보아도 상심할 뿐
夜雨聞鈴腸斷聲(야우문령장단성) : 밤비에 울리는 방울 소리도 애간장이 끊기는 소리였다

天旋地轉廻龍馭(천선지전회용어) : 난리가 평정되어 황제 마차 돌아오는데
到此躊躇不能去(도차주저부능거) : 여기에 이르니 차마 떠나지 못하네

馬嵬坡下泥土中(마외파하니토중) : 마외파 아래 진흙 땅 속에도
不見玉顔空死處(부견옥안공사처) : 옥 같은 얼굴은 보이지 않고, 죽은 곳만 쓸쓸하다

君臣相顧盡沾衣(군신상고진첨의) : 황제와 신하 서로 돌아보니 눈물이 옷을 적시고
東望都門信馬歸(동망도문신마귀) : 동쪽을 바라보며 말이 이끄는 대로 돌아간다

歸來池苑皆依舊(귀내지원개의구) : 돌아오니 연못과 동산은 예전과 같고
太液芙蓉未央柳(태액부용미앙류) : 태액지의 부용꽃, 미앙궁의 버드나무도 그대로였다

芙蓉如面柳如眉(부용여면류여미) : 연꽃을 봐도 귀비 얼굴, 버들을 봐도 귀비 눈썹이 생각나니
對此如何不淚垂(대차여하부누수) : 이런 정경을 보고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

春風桃李花開日(춘풍도리화개일) : 봄바람에 복숭아꽃, 오얏꽃 피는 날이고
秋雨梧桐葉落時(추우오동섭낙시) : 가을비에 오동나무 잎 떨어지는 때이로다

西宮南內多秋草(서궁남내다추초) : 황제의 궁 내에는 가을 풀이 무성하고
落葉滿階紅不掃(낙섭만계홍부소) : 낙엽이 계단에 붉게 가득 쌓여도 쓸지 않네

梨園子弟白發新(이원자제백발신) : 이원의 자제들 백발이 새로 나니
椒房阿監靑娥老(초방아감청아노) : 궁중의 태감도 궁녀도 모두가 늙었구나

夕殿螢飛思悄然(석전형비사초연) : 저녁 궁궐에 반딧불이 나니 귀비 생각 떠오르고
孤燈挑盡未成眠(고등도진미성면) : 외로운 등불 돋운 심지가 타버려도 잠이 오지 않네

遲遲鐘鼓初長夜(지지종고초장야) :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처음으로 길게 느껴지는 밤
耿耿星河欲曙天(경경성하욕서천) : 밝은 별과 은하수를 보다 보니 하늘이 밝아오는구나

鴛鴦瓦冷霜華重(원앙와냉상화중) : 원앙 기와 차갑게 서리꽃은 겹겹이 피고
翡翠衾寒誰與共(비취금한수여공) : 비취빛 냉냉한 이불을 누구와 함께 하나

悠悠生死別經年(유유생사별경년) : 아득한 생사의 이별은 해가 지나가도
魂魄不曾來入夢(혼백부증내입몽) : 그 혼백은 아직 꿈 속에서도 돌아온 적 없네

臨邛道士鴻都客(임공도사홍도객) : 임공의 도사로서 도성에 머무는 길손 있어
能以精誠致魂魄(능이정성치혼백) :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 들일 수 있다 하네

爲感君王展轉思(위감군왕전전사) : 황제의 잠 못 드는 처지가 가련하여
遂敎方士慇懃覓(수교방사은근멱) : 방사를 시켜서 은근히 찾아보게 하였다

排空馭氣奔如電(배공어기분여전) : 구름에 올라 바람을 타니 빠르기가 번개 같아
升天入地求之遍(승천입지구지편) :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가며 두루 찾아보았다

上窮碧落下黃泉(상궁벽낙하황천) : 위로는 천상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찾았으나
兩處茫茫皆不見(양처망망개부견) : 두 곳이 너무 넓어 어디서도 찾지 못했다

忽聞海上有仙山(홀문해상유선산) : 바다에 신선이 사는 산이 있다 하나
山在虛無縹緲間(산재허무표묘간) : 아득한 사이에 이미 텅 비어 있었다

樓閣玲瓏五雲起(누각령롱오운기) : 영롱한 누각에 오색 구름 피어나고
其中綽約多仙子(기중작약다선자) : 그 안은 아름다워 선녀들이 많이 있었다

中有一人字太眞(중유일인자태진) : 그 중에 한 사람 있었으니 이름은 태진인데
雪膚花貌參差是(설부화모삼차시) : 눈 같이 흰 피부, 꽃 같이 고운 얼굴이 귀비 같았다

金闕西廂叩玉扃(금궐서상고옥경) : 황금 대궐 서쪽 행랑에서 옥대문을 두드려
轉敎小玉報雙成(전교소옥보쌍성) : 여종인 소옥에게 전하여 쌍성에게 알렸다

聞道漢家天子使(문도한가천자사) : 황제의 사신이 왔다는 말 전해 듣고
九華帳裏夢魂驚(구화장리몽혼경) : 아홉 겹의 깊은 휘장 속에서 잠자던 혼이 놀랐다

攬衣推枕起徘徊(남의추침기배회) : 옷매무새 다듬고 베개를 던져두고 일어나 배회하다
珠箔銀屏邐迤開(주박은병이리개) : 주렴과 은병풍이 스르르 열리더니

雲髻半偏新睡覺(운빈반편신수교) : 구름 같은 머리 반쯤 눌린 채로 막 잠에서 깨어
花冠不整下堂來(화관부정하당내) : 화관도 정리하지 못하고 방에서 내려온다.

風吹仙袂飄飄擧(풍취선몌표표거) : 바람이 부니 선녀의 소맷자락이 날리어
猶似霓裳羽衣舞(유사예상우의무) : 예상우의곡으로 춤추는 듯 하였다

玉容寂寞淚闌干(옥용적막누란간) : 옥 같은 얼굴에 고독이 깃들고 눈물이 그치지 않아
梨花一枝春帶雨(이화일지춘대우) : 배꽃 한 가지가 봄비에 젖은 듯하네

含情凝睇謝君王(함정응제사군왕) : 정을 품고 눈물을 머금고 황제께 감사하니
一別音容兩渺茫(일별음용량묘망) : 이별 뒤에 황제의 소식과 용안 본 적 없네

昭陽殿裏恩愛絶(소양전리은애절) : 소양전각 안에서의 황제의 은혜 끊어진 뒤로
蓬萊宮中日月長(봉래궁중일월장) : 봉래궁전 안에서의 세월은 길기만 하였네

回頭下望人寰處(회두하망인환처) : 고개 돌려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니
不見長安見塵霧(부견장안견진무) : 장안은 보이지 않고 티끌과 안개만 자욱하네

唯將舊物表深情(유장구물표심정) : 오직 지난날 쓰던 물건으로 나의 깊은 정 보이려
鈿合金釵寄將去(전합금채기장거) : 자개함과 금비녀를 부쳐 보내려 합니다

釵留一股合一扇(채류일고합일선) : 비녀와 자개함도 한 쪽을 정표로 남기려
釵擘黃金合分鈿(채벽황금합분전) : 금비녀와 자개함을 반으로 쪼개었습니다

但敎心似金鈿堅(단교심사금전견) : 우리의 마음이 이들과 같이 굳게 맺어져 있다면
天上人間會相見(천상인간회상견) : 천상이든 인간세상에서든 서로 만날 날이 있겠지요

臨別殷勤重寄詞(림별은근중기사) : 떠나려 함에 은근히 거듭 부탁의 말을 하니
詞中有誓兩心知(사중유서량심지) : 말 가운데 서약이 있으니 두 개의 마음만이 알리라

七月七日長生殿(칠월칠일장생전) : 칠월 칠석 장생전에서
夜半無人私語時(야반무인사어시) : 사람 없는 깊은 밤에 사사로이 이야기 나누고파

在天願作比翼鳥(재천원작비익조) :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소원하옵고
在地願爲連理枝(재지원위련리지) :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나이다

天長地久有時盡(천장지구유시진) : 높은 하늘도 장구한 땅도 다할 때가 있지만 
此恨綿綿無絶期(차한면면무절기) : 이루지 못한 사랑의 한 그칠 날이 없으리라